Review - 2 (Book: '구토')_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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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폴 사르트르의 대표작 '구토'를 이 번에 다시 접하게 되었다.
잦은 업무과 피로감 속에서 구역질이 날 것 같았기에 끌렸을까.
다시 읽어봐도 스토리는 두서가 없다.
그 여느 소설책처럼 스토리 라인에 충실하기 보다는 문장 하나 하나의 사유에
주목해야만 했다.
등장인물? 몇 명이 나온거지? 그저 주인공의 생각이나 관념에 의해 묘사될 뿐.
도저히 자신이 없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주인공 '로캉탱'의 무미건조한 나날들, 철도회관 여주인과의 섹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음악을 듣는 것이 전부인 생활 속에서 어느 날 물수제비뜨기 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보며 자신도 따라 하려고 돌을 집는 순간, 구역질을 느끼고 돌을 내려놓고야 만다.
이 손의 감각, 구역감을 '구토'라는 화두로 규정한 로캉탱은 그 이후로 구토의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하기 위해
약 한 달 정도의 일기인 것이다.
'로캉탱' 그대는 왜 구역질이 났는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물은 전혀 존재의 이유나 의지,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단지 우연히...
그 자리에 존재할 뿐이라는 것, 즉 하나의 객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 뿐.
로캉탱은 이것이야 말로 생명의 본질이며, 자신도 생명체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실존의 무덤으로부터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철도회관 여주인과 끊임없는 섹스
카페에서 재즈곡 'Some of These days'(머지 않아서)를 들을 때 자신이 행복감을 느끼며, 구역감이 사라지는 것을 통해
곧 자신이 음악을 들을 때 구토가 사라진 이유는 결국 '필연성'에 있다는 것 까지 사고를 발전시킨다.
모든 음악은 '필연성의 질서'에 따라 시작과 끝을 지니며
몇 초 후면 흑인 여자가 노래를 부를 것임을 아는 물리적 시간과 예측 속에 자신이라는 존재는 이 음악의 필연성을 느끼는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는 미미한 존재라는 사실...
L'existence précède l'essence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_ 장 폴 사르트르
본질은 어떤 것이 존재하는 이유나 목적이다.
가령, '의자'는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것
'신발'은 사람의 발을 보호하는 것
'우산'은 비를 피하게 하는 것
그렇다면 인간은?
생각하라 수 있으니까 인간인건가? 아니다.
생각할 수 없어도 인간은 인간일 것이다.
인간은 본질이 없다.
그냥 태어난 존재.
세상에 던져진 존재자.
피투되어진 존재.
인간은... 태어난 목적,기능,가치가 없다.
인간은 근걍 실존하는 존재자다.
인간은 자유를 선고받은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하는 규범도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도
주어진 역할이 도무지 없다.
아무런 제약도 없는 완벽한 자유, 주어진 사명따윈 없다.
인간은... 자유를 선고받아버렸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직면하게 된다.
짜장면? 짬뽕?
결혼? 비혼?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지,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지,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목적이나 기능이 없으니, 정답도 없으므로
그래서 선택은 어렵고, 그래서 인간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인간의 불안은 정답이 없는 문제지를 받았기 때문이리라.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자기기만'을 한다.
자기가 마치 어떤 것을 선택할 자유가 없는 것 처럼 행동한다.
일이 천직인 것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
심리적 동요를 겪지 않고 열심히 일에 매진하는 사람.
이것이 자기 기만이 아니고서야 무엇인가?
마치 자신에겐 이것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자기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기투하는 존재
선택이 어려운 당신,
정답이 정말 없을까?
아니다.
모든 것이 다 정답이다.
정답은 나에게 가장 가치있는 것이 정답이다.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하면 그것이 나에게 가장 가치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면,
나의 욕망이 가장 가치있는 것이 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선택하면,
나의 의무가 가장 가치있는 것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한 순간, 거기서 가치가 생긴다.
따라서 내 모든 선택이 정답이 되게 된다.
인간은 선택을 하면서 계속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불안하지만, 어떤 것을 선택 하면서 자신을 계속 미래로 던져야 한다.
그래서 인간은 기투하는 존재.
자신을 던지는 존재.
앙가주망
단,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냥 선택하고, 그것이 정답인양 행동하면 된다.
그러니 그냥 선택해선 아니 될 것이다.
나의 선택은 인간의 보편적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만든 가치는 나만의 가치가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의 가치가 되기 때문에.
그래서 나의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을 앙가주망(Engagement_구속,제약,계약)이라고 한다.
인간은 아무런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냥 던져진 존재.
우리의 선택은 우리의 자유
어떤 것을 선택하는 순간 거기서부터 가치가 나오고
그것은 나만의 가치가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의 가치이다.
그래도... 인간은 자유라는 선고를 받았다는 직관적인 말에 가장 소름이 돋는다.
자유라는 형벌속에서 나는 어떻게 복역을 마쳐야 하는가?
여기에 답은 하지 않는 것으로 이만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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