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思索

굴레

469 2019.1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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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했던 긴 하루가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퇴근 길에 비치는 붉은 노을, 여운은 남지만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를 뒤적여 본다. 

 

 

그냥 막연히 마음을 풀어내고 싶은 마음.

 

 

예전부터 어디 탁 트인 곳에 여행이라도 가고 싶었다.

푸른 초원이나,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과 모래 바람들 사이에서

검은 비단 위로 나린 반짝이는 별들을 새며 무등산 위에 눕고 싶었다. 

 

 

실상은 이렇게 캔 맥주 한 잔에 쓸데없는 감상에 젖어

지금 내 마음은 어떤 상태인걸까 아리송해 하면서.

 

 

매번 이렇게 찾아오는 이 감정, 참 공허하다.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 구멍을 우겨넣어 보려지만 어쩔 수가 없다.

마음이 텅- 빈 것 같다고 밖에 표현 할 방법이 없다.

 

 

마음이 이렇게 약해질 때면

꼭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미 지나가버린 순간들과

잊을 수 없는 숱한 인연들이 연기처럼 무럭무럭 차오른다.

 

 

사랑할 수야 있었어도, 소유할 순 없었던 그 모든 것들.

세상전부가 그러하듯이.

 

 

밀려들어오는 파도를 막기란 힘든 법이며

새어나오는 바람을 못 잡아두듯이

그저 떠오르는 대로 나를 흐르게 두었다.

 

 

 

 

 

 

                       두 번째 캔으로 손을 뻗는다.

 

 

상념에 상념이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인간의 굴레에서'라는 책 내용이 떠올랐다.

한 절름발이 필립이라는 주인공의 성장 연대기인지라

별의 별 내용이 옴니버스식으로 몇 가지 스토리로 짜여있지만,

그래봤자 '굴레'들의 연속적인 이야기였다. 

 

 

필립은 신체적 불구자로 자라면서 수 많은 성장통을 겪는다.

육체, 물질, 사랑, 종교 등 정말 여러가지로 말이다. 

 

 

나 또한 신체적으로 불구는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든

맘속 깊은 곳에 파고들어있는 열등감이라는 '불구'를

몇 가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겪는 일들과 그에 따른 성장이나 생각이 참 몰입이 되었다.

 

 

가질 수 없으메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과

어쨋든, 그럴 수 없다는 그 절대적인 전제

그 간격 속에서 허우적이며 고통스러워 하던 필립.

 

 

필립이 주정뱅이에게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지 물어보았더랬지.

주정뱅이는 인생의 의미가 페르시아 양탄자라는 답을 주곤 떠나버렸다.

 

 

페르시아 양탄자는 여러 패턴이 합쳐진 모양인데, 인생 또한

무엇이 좋고 나쁨이 없이, 그저 여러 모양의 경험이 모여서 하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냄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 동안 나는, 나를 무한히 추켜세우거나 혹은 비하하는 데에

참 많은 시간을 소비해버린 탓에 부쩍 탈진해있던 터였다. 

 

 

그리고 확실한 점은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실수는 반복 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점은 그 때마다 지혜롭게 이겨내야 하며

바른 마음으로 정진해 나가야 한다고 한 성인이 얘기했다.

 

 

 

 

 

인생을 잘 살아가는 요령이란, 열심히 노력해서 이뤄낸 성취나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 등이 아니라 어쩌면,

매 순간마다 책임을 지고 후회하지 않게끔 진실되게 행동했는지

최선을 다하고, 용기 낼 수 있었느냐가 아닐까 싶다. 

 

 

2019년도 보름정도가 남았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분명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었던 부분도 많았고

후회스럽거나 뭔가 간질간질한 정도의 미심쩍은 순간들도 있었다.

 

 

어떻게 매 순간 완벽할 수 있겠어?

이젠 쉽게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믿고, 세상과 비교하지 않고 내 뜻이 향하는 대로 

거스르지 않은 채, 돛을 펼치고 싶다. 

 

 

쨋든, 올 해는 참 변화가 많았는데

내년도 참 많은 일들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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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렇게 뭔가 글로 쏟아내면 마음이 편해져서 좋다.

꼭 나에게 편지를 쓰는 것만 같아서 좋고,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서투르게나마 풀어내는 연습을

하다보면 점점 더 정확히 나의 욕망을 헷갈리지 않고

직시할 수 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나이지만, 그 동안의 기록들을 곱씹으며

참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던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조금씩

나은 사람으로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참 기특하다.

 

 

평소에는 무심하거나 혹은 세상을 염세적으로 종종 바라봤지만

아직 내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느낄 수 있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세상을 사랑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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